Portrait the Nature: Stars and Flowers

전시명 :  윤정원 - 꽃(사물), 별(세계)의 초상 Portrait the Nature: Stars and Flowers
전시장소 :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89, B1 아트플레이스
전시일정 : 2018년4월13일 ~ 5월25일
오프닝 : 2018년4월13일(금) 17:00
관람시간 : 10:00~19:00(일요일 휴관)

 

Portrait the Nature: Stars and Flowers

글. 문예슬(아트플레이스 큐레이터)

윤정원은 인간의 유한한 삶과 같이 피고 지는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꽃, 복잡하게 뒤엉켜버린 꽃 사이를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를 그린다. 국화가 ‘주’가 되어 꽃, 별, 새 등 여러 자연적 이미지가 뒤섞인 독특한 푸른 빛의 이 그림은 사군자와 민화 등에서 흔하게 접하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다시 보면 그 식물의 이미지는 단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라 ‘인간존재’ 라는 상징성이 부여된 특별한 도상, 자연이미지로 보인다. 윤정원의 작품을 여러차례 보게되면서 꽤나 서정적이고 은유적인 느낌이 있어 작품에 내재된 의미가 시어로도 느껴졌다.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가 떠올랐는데, 그 시에서는 꽃에 대한 꽃 자체의 의미가 중점이 아닌 꽃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윤정원의 꽃과 닮아있었다. 또한,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의 시구에서 처럼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은 마치 윤정원의 별을 함축한 의미로써 느껴진다. 시어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함께 윤정원의 작품을 함께 감상한다면 어떤 미지의 신비로운 본질세계를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국화에 보편적 인간 존재를 대입시켰던 초기작에서 벗어나서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게 되었고 작가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확장 해나가면서 꽃의 변형이 이루어졌다. 꽃과 꽃사이에 새의 날개 형상이 보이기도 하며 그것들은 서로를 품고 있는 모양새다. 자연의 유기체적 요소를 벗 삼아 그 아름다운 모습을 초현실적으로 구성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서정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윤정원의 작품에서 ‘꽃’은 봉우리에서 한번 만개하여 피어나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그 풍채를 뽐내며 관객과의 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해낸다. 작가는 이 도상들을 여린 실크 천 위에 살포시 담아내었다. 꽃과 새, 별은 한 폭에서 하나로 묶여서 서로 상호침투하는 풍경을 만든다. 꽃잎에 새가 자리하고 있거나 하늘엔 별들이 떠 있다. 이는 고전적인 의미의 꽃(국화)에서 벗어나서 인간존재와 우주의 신비로운 이미지에 천착한 것으로 보이며 그 오브제들에게 실제 인간과 삶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다. 기법,재료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비단 위에 ‘석청’으로 강렬한 푸름으로 꽃을 채색하고 꽃의 외곽선을 여러 번 쌓듯이 칠하여 선을 강조한 윤정원의 ‘소묘’가 돋보인다. 이는 그림의 예비적 습작이나 밑그림으로서만 기능하지 않고 화가의 생각이나 느낌 또는 이상을 순수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원초적인 방법중의 하나로써 탐구되고 있다. 즉 조형표현의 기본으로써만 국한되는 의미로써 작용하지 않으며 서정적 온기와 고독감이 작품의 배면에 공감각적으로 소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경에는 꽃과 주변부에 소멸(그을음)과 죽음(태움)의 정서를 드리워져있으며 ‘태움’을 그려넣고 ‘소멸’하는 것을 다시 ‘생성’해내는 중의적 의미를 짙게 드러내고 있다. 이 작업을 거치면서 윤정원은 작품에 꽃(사물), 별(세계)에 대한 인식론과 존재론, 나아가 이데아(idea)의 세계관을 투영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소멸 후에 다시 생성하는 생명의 순환을 표현하여 생명력을 상징화 한다. 작가에게 ‘불’은 곧 삶의 상처, 고난이자 고통을 의미하면서도 지우고 싶은 과거의 일부분을 태워내는 정화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불은 새로이 거듭나는 의식의 도구역할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보이며 한 화면에서 ‘불’과 ‘태움’은 양가적인 상징의미를 갖고 있다.

이렇듯 윤정원은 사물이 갖는 존재의 순수성을 회복하고 존재에 대한 인식을 관철하는 것이 예술의 본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에 대한 여러 단면들과 관계에 대한 우리의 모습을 자연의 유기체적 요소와 그림에 깔려진 다양한 층위에 대입시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높게 솟아오르는 듯한 꽃잎들과 그 안에 자리한 새, 별들은 평면의 화면에 묘한 공간감을 자극하면서 구상과 추상, 기하학과 자연, 개별과 전체, 소묘와 묘사, 수묵과 채색 등 이원적인 요소들이 공존하여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꽃,별,새 도상들을 작업에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이유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과 같이 현실에 발을 두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하늘과 별을 바라보며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나타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노트)

윤정원의 그림이 기대되는 이유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난과 역경을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전통회화의 매체를 적극활용하여 감각적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윤정원은 ‘잃어버린 하늘’을 다시 만나게 하여 조우할 수 있게 해주고 ‘아름다운 날들’ 로 비추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도 않으며 세상과 단절된 느낌의 이미지도 아니다. 어떤 생명체의 생성과 소멸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연상시켜주며 심층에 자리한 도상들을 길어 올려 개인적인 내면을 반영하고 은유적인 화면, 서사를 지닌 화면을 강렬하게 연출하고 있다. 꽃에서 각자 삶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마치 자유를 갈망하는 듯한 새에 인간의 모습을 비유한다. 이번 전시에서 일상 속에 감춰져있던 ‘잃어버린 하늘’/‘아름다운 날들’ 을 윤정원의 꽃(사물), 별(세계)의 초상이 그려진 화폭안에서 의미 깊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